뉴욕  예일  장로교회 | Yale Korean Presbyterian Church of New York

목자와 양

우리가 흔히 잘 보아왔던 성화에 예수님과 양에 대해 그린 그림들이 많습니다. 예수님이 양떼들과 함께 하시는 모습. 혹은 양 한 마리를 목에 걸고 있는 모습, 잃어버린 양을 찾아 구하는 모습 등 여러 종류의 성화가 우리들의 믿음에 도움을 주는 은혜로운 그림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그림들을 볼 때마다 얼마나 양들이 예쁘게 그려져 있는지 하얀 복슬복슬한 털이 참으로 정겹게 느껴지고 사랑스럽게 보입니다. 그래서 그런 모습을 하고 있는 양을 가서 만져주고 싶고 가까이 가서 함께 놀고 싶은 마음을 가지도록 해 주지요. 그런데 실제로 양떼들이 푸른 초장에서 풀을 뜯어 먹고 있는 것을 보게 되면 우리가 생각하는 양의 모습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지난 성지순례를 갔을 때에 양떼들을 몇 번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제일 처음 양떼를 만났을 때 수많은 양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보면서 반가움을 금할 수 없었지요. 같이 간 일행들이 모두 반가와 “와, 양떼들이다!”하고 소리쳤습니다. 우리 팀들은 일제히 버스 창문을 통해 가까이 다가온 양들을 쳐다보고 있는데 누군가 뒤에서 “아! 그런데 너무 더럽다! 저 엉덩이 좀 봐! 완전 똥으로 뭉개진 것 같네!” 말씀 하시는 것이었어요. 우리들은 그 더러운 양을 주시하려고 다시금 양들을 의식하며 쳐다보니 거기 있는 대부분의 양들이 모두 더러웠습니다. 흰털이 아니고 모두 먼지와 모래바람을 뒤집어 쓴 잿빛 색깔의 털에다가 털끝은 모두 진흙에 뒹굴렀다가 말라버린 것 같이 뭉쳐져서 더욱 시꺼멓게 찌들어 있었지요. 어떤 양은 유난히도 정말 더러운 양이 있었습니다. 이런 양들을 보면서 모두들 한마디씩 하시는데 그 하시는 말씀들이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어떤 분은 더러운 양을 가리키면서 저 양은 목자 말을 안 들어서 더러운 웅덩이에 빠졌다가 나온 양인가 보라고, 또 양이 미련해서 똥을 밟았다느니, 혹은 남의 똥 위에 털퍼덕 앉았다가 일어난 양이라는 등 상상을 총 동원해서 이야기를 엮어 나가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모두 더러운 털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어떤 분이 “저 더러운 양이 우리 모습이야! 우리가 저렇게 더럽고 추한지도 모르고 그 위에서 비비고 뭉개고 있을 때가 얼마나 많아?” 하시자 다른 분이 “맞아! 맞아!  꼭 우리 모습이네!” 때 마침, 어떤 양이 무리를 이탈해서 혼자 딴 짓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저 양은 목자 말을 안 듣는 고집스런 양인가 봐. 다른 양들은 모두 무리 져서 가는데 저만 혼자 떨어졌잖아? 저러다가 변 당하지. 잡혀 먹히기 십상이네.” 오고 가는 대화들이 모두 설교 한편 이었지요. 늘 들어왔던 목자와 양의 관계를 직접 눈으로 보고 느끼게 되니 저마다 깨달음이 새로워지는 듯 했습니다. 특히 양의 모습이 우리의 모습과 같다는 성경이 말씀하고 있는 양에 대해 느끼는 바가 컸던 것 같습니다. 양은 그 성질이 온순한 것 같지만 고집이 은근히 세고 앞만 보지 옆을 보지 못한다는 짧은 시력과 시야, 털이 많아 열이 많이 나는데도 불구하고  더울 때 서로 붙어 있어서 때론 목자가 지팡이나 막대기로 서로 떨어지도록 해줘야 한다는 것 등등 양들의 특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 주었습니다. 이사야서 53장 6절에 “우리는 다 양 같아서 그릇 행하여 각기 제 길로 갔거늘 여호와께서는 우리 무리의 죄악을 그에게 담당시키셨도다.” 말씀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성지에서 만나 본 양떼들과의 만남은 보는 이로 하여금 자기 자신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바라보고 생각하게 해 주는 실물교훈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더러운 우리의 모습을 우리 주님은 아랑곳하지 않으시고 양이 다치거나 위험에 처했을 때 구해주시고 때로는 무거운 양을 품에 안거나 목에 걸어서 데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우리의 영원한 목자 되시는 주님께 정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양떼들을 지나치면서 우리 일행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모두들 한 결 같이 양은 목자 말을 잘 들어야 산다며 하나님 말씀에 늘 순종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일절 입을 모았습니다. 우리 모두가 각기 제 길로 가는 양이 아니라 목자 되신 주님을 의지하고 말씀에 늘 순종하는 귀한 하나님의 자녀들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