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예일  장로교회 | Yale Korean Presbyterian Church of New York

한 가닥의 희망 (6/1/2016)

지난 여름, 필리핀 단기 선교 때 안경 사역을 하던 중에 잊을 수 없는 장면이 있습니다. 디고스 지역에 있는 교도소에서 우리 선교 팀은 사역을 하고 있었습니다. 3년 전에 이 곳에 왔을 때는 무슨 교도소가 이렇게 허술한가 싶은 게 교도소라는 기분이 안들 정도로 재소자들도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3년 사이에 얼마나 범죄자가 많이 늘었는 지 이전보다 세배가 넘는 재소자들이 교도소에서 지내고 있었습니다.

 

저는 안경 사역 팀에서 재소자들의 눈의 시력을 검사해 저들에게 맞는 안경을 찾아주는 일을 하고 있었지요. 워낙 사람이 많이 모이는 사역이라 언제든지 늦게 끝납니다. 그 날도 교도소에서 재소자들이 검안을 하려고 다섯 명 씩 안경사역 앞의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다섯 명이 다 검안을 하고 나면 다른 다섯 명의 사람들이 또 들어와서 앉아 기다리게 되지요. 그런데 어떤 건장한 체구의 재소자가 동료의 손에 이끌리어 안경 사역 쪽으로 걸어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순간적으로 저 사람은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 재소자는 마치 맹인처럼 더듬으며 순서가 되어 시력을 측정코자 자리에 앉았습니다. 글자를 읽어보라고 짚었습니다. 그는 안 보인다고 했습니다. 왼쪽, 오른쪽 모두 어느 글자 하나 읽어내지 못하는 그 재소자를 보고 그를 담당한 장로님은 미안하지만 우리가 당신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전혀 시력이 없는 그에게 우리가 씌어 줄 안경이 없다고 솔직하게 말해 주었습니다. 우리가 자기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말을 들은 그는 얼굴이 일그러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지요. 아마도 그가 안경 사역 팀이 와서 잘 안 보이는 사람들이 안경을 쓰고 잘 보인다고 하니 한 가닥의 희망이 있었나 봅니다. 그래서 그 희망을 안고 남의 손에 이끌리어 우리에게까지 왔지만 막상 그의 작은 실 날 같은 희망이 깨어지자 처절한 자기 자신의 모습에 서러워서 인지 한 없이 눈물을 흘리며 양손으로 그 눈물을 훔쳐내었습니다. 이런 그의 모습을 본 장로님이 너무 안쓰러워 그 사람에게 기도를 해주겠다고 했습니다. 기도를 받겠다는 그는 장로님이 기도할 때에 설움이 복받쳐서인지 어깨를 들썩거리며 더 서럽게 울었습니다. 장로님의 기도가 그 사람을 더 복받쳐 울게 만들었지요. 우리도 그 모습을 보고 모두 가슴이 찡 했습니다. 한없는 안쓰러운 마음이 밀려왔습니다. 도대체 저 재소자는 건장한 체구를 가지고 무엇을 어디서 어떻게 했기에 눈이 멀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감옥 까지 들어와서 눈도 안보이게 된 그 인생이 참으로 불쌍하고 딱해 보였습니다. 우리 안경 사역 팀들은 그런 그의 모습에 불쌍한 저 영혼이 비록 육신의 눈은 멀어서 볼 수 없지만 이 자리에서 그의 영안이 열려서 교도소에서 새롭게 거듭나는 인생이 되기를 기도드렸습니다. 그 건장한 재소자가 더듬거리며 눈물을 닦으면서 남의 손에 이끌리어 나가는 모습이 우리들의 마음속에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습니다. 마태복음 18장 8-9절에 “만일 네 손이나 네 발이 너를 범죄케 하거든 찍어 내버리라 불구자나 절뚝발이로 영생에 들어가는 것이 두 손과 두 발을 가지고 영원한 불에 던지우는 것보다 나으니라. 만일 네 눈이 너를 범죄케 하거든 빼어 내버리라. 한 눈으로 영생에 들어가는 것이 두 눈을 가지고 지옥 불에 던지우는 것보다 나으니라”고 했습니다. 사지가 멀쩡하여 건강한 육신으로 지옥 가는 것보다 두 눈이 멀어도, 우리의 육신이 조금 모자라고 불편해도 천국으로 가는 것이 복되다는 말씀을 다시 한 번 기억하면서 이제 육신의 눈으로 보겠다는 희망은 사라졌지만 영안이 열려서 구주를 알아보고 주님을 영접하며 주님과 동행하는 그 재소자가 되기를 우리들은 기도했습니다.

 

사역을 마치고 돌아와서 저녁시간에 하루를 되새겨보는 저널시간을 가질 때 우리 사역팀원들은 낮에 우리들의 머릿속에 강한 모습으로 남아있는 그 재소자를 떠올리며 다시금 우리들도 두 눈은 떴어도 보지 못하는 그런 영적 맹인이 되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을 나누며 서로를 격려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