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예일  장로교회 | Yale Korean Presbyterian Church of New York

아메리카 대륙 횡단의 가족여행

며칠 전 파일 서류를 정리하다가 우연히 작은 책자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겉장에 미국의 지도가 그려있는 것이 제게 그리 낯익은 책자는 아니었습니다. 네온칼라 색종이에 복사가 깨끗하게 나오지 않아서 도대체 어디서 이런 책자가 나왔나 하며 무슨 내용이 담겨있나 열어 보았지요. 흔히 Retreat 에 갈 때 만드는 것처럼 안에는 찬송가가 몇 개 들어있고 준비물 및 일정표가 나와 있었습니다. 여기까지는 같은데 그 다음부터는 너무 흥미로운 것이 실려 있었습니다. 여행경로가 자세히 적혀 있는데 출발하는 도시와 그 다음 목적지 도시까지 마일리지가 계산이 되어 있었고 동부, 뉴욕에서 서부, 샌프란씨스코까지 갔다가 다시 뉴욕으로 돌아오는 여정의 대륙횡단 코스가 나와 있었습니다. 그리고 각자 맡은 담당이 나와 있었는데 그 이름을 보니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이것은 오래 전 잘 아는 가족이 1994년 여름에 떠났던 아메리카 대륙횡단의 가족여행 책자였어요. 20일 동안 미국의 유명한 국립공원과 도시들을 방문하려고 6명의 가족이 떠났던 여행 책자로 후에 참고가 될까 싶어 하나 받아두었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20여 년 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지요. 그때 하나 받아두고 읽어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너무 어렸을 때라 감히 이런 장거리 여행은 꿈도 못 꿨던 시기였기에 나중에 혹시 참고가 될까 싶어 파일 서류 안에 넣어 둔 것이었습니다.

가족 여행 책자를 보니 그 오래 전에 들었던 이야기들이 하나 둘씩 생각이 났습니다. 세 자매 중 제일 큰 언니가 기획을 하고 둘째가 재정을 보고 셋째가 기록을 담당했다고 하며 미국에 와서 너무 고생만 하며 살아서 우리도 좀 제대로 된 가족 여행을 한번 해보자고 계획을 했다고 했습니다. 초기이민생활이라 부모님은 일하시느라 바빴고 자기들은 학교를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숨차게 살아서 변변찮은 가족 여행 하나 제대로 못했는데 이제는 가족 모두가 운전을 할 수 있게 되어서 그동안 수고하며 살았던 자기 가족들에게 위로가 되는 미 대륙횡단을 큰마음 먹고 계획했다고 했지요. 그래서 새 차를 미니 밴으로 구입하고 몇 달 동안 구체적으로 플랜을 짜서 그 해 여름에 온 가족이 미국을 좀 다녀보기로 했다고 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속으로 무척 부러워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자녀들이 장성해서 저렇게 부모님을 생각하는 것도 참 기특한데다 미 대륙횡단을 할 수 있는 저력을 보이는 것도 대단해 보였지요. 책자를 자세히 읽어 보다가 매우 재미있는 부분을 발견했습니다. 가족 대륙횡단 여행 책자 안에 자세한 규칙을 정해 놓았는데 싸우는 사람에게는 저녁 금식이 주어진다는 내부 규칙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자녀들이 많은 가정이라 소소하게 다툴 일이 있을 수 있는데 아예 여행하는 동안 미리 기분 나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을 하는 차원이었던 것 같습니다. 심지어는 오래 운전하며 가기 때문에 식사를 절제하며 소식을 하라는 것과 운전자에게는 하루 2잔 이상의 커피를 주지 않는다고 까지 적혀 있었지요. 또 여행 수칙에 제 1번이 매일 아침은 큐티로 시작할 것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이 외에도 한번 결정된 사항은 반드시 지킬 것과 자기가 맡은 일은 책임을 다할 것, 가족이 한 몸인 것을 잊지 말고 서로 불편한 것이 없나 먼저 보살필 것, 어려운 일이 발생했을 때 지혜를 모아서 대처할 것, 매일 여행일기를 쓸 것 등 수칙이 꽤나 자세하고 마치 훈련처럼 계획되어 있었습니다.

정말 자세하게 재미있게 준비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7월 한 달 여행을 하고 돌아와서는 가족 모두가 너무 좋았다고 잊지 못할 여행이었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하루 종일 가족 모두가 얼굴을 맞대고 함께 지낸 적이 없었는데 서로 더 잘 알아가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고 했지요.

 

저는 우연히 발견한 이 책자를 보면서 세월이 얼마나 빨리 지나갔는지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벌써 22년이나 흘러 이제는 모두 독립하여 자기 생활을 해 나가는 그 가족을 생각하며 참으로 믿는 자들은 하나님의 은혜로 산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모두 각자의 영역에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주의 일을 열심히 하며 사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하나님의 은혜로 여기까지 온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물고기가 물을 떠나서는 살 수 없듯이 우리 크리스챤들은 하나님의 은혜 안에서 믿음으로 사는 것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합니다. 실로 현재의 고난은 장차 우리가 받을 미래의 영광과는 감히 비교할 수 없는 것임을 옛날을 뒤돌아보면서 확신하게 됩니다. 훈련 받을 때는 고단하고 힘들지만 다 받고 통과하고 나니 모든 것이 이때를 위함이었음을 깨닫게 되지요. 어렵게 이민생활하면서 힘들게 자녀들을 공부시키고 매일 피곤한 삶이었지만 그래도 소망을 가지고 포기하지 않고 하나님께 자녀들을 맡기고 믿음으로 살았더니 그 결과 하나님께 영광이요 모두에게 행복과 삶의 보람을 안겨다 주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믿음으로 사는 것은 때때로 몹시 힘이 들지만 정말 미스터리합니다. 알 수 없는 길을 가는 것과 같이 미스터리한 삶이지만 그러나 하나님께서 우리와 항상 함께 하시므로 그 끝은 항상 좋습니다. 우리를 가장 좋은 길로 인도하시는 하나님께 영광을 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