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요 (John) 21:15~17
제목: 그라운드 제로
그라운드 제로는 폭탄 맞은 후 황폐된 자리를 말합니다. 미국에서는 9.11 사태 이후의 세계무역센터(WTC)가 있던 자리입니다. 지난 주 동남노회 노회원 부부와 함께 그 자리를 방문했습니다. 두 가지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하나는 슬픔을 상징하는 두 개의 인공 눈물 폭포였고, 또 다른 하나는 과거의 상처 위에 새롭게 세워진 7개의 빌딩과, 새 모양으로 만들어진 상가와 지하철을 연결하는 흰 빌딩이었습니다.
요한복음 21장의 갈릴리 바다가 그라운드 제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고기잡이에 실패한 제자들
부활하신 예수님을 기다리며 고기 잡던 제자들은 밤이 맞도록 고기를 잡았으나 얻은 것이 없었습니다. 과거에 어부 출신이었던 그들은 그물만 던지면 얼마든지 고기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바다는 실패의 현장이 되고 말았습니다.
- 실패의 현장을 찾아오신 예수님
날이 새어 갈 때 예수께서 바닷가에 서서 고기가 있느냐고 물으십니다. 그들의 대답은 “없나이다”이었습니다. 그물을 배 오른 편에 던지라고 하십니다. 그랬더니 물고기가 많아 그물을 들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모두 153마리나 잡혔습니다.
숯불을 피워 놓고 예수님은 생선과 떡을 아침 식사로 준비해 놓으셨습니다. 베드로에게는 이 숯불이 단순히 몸을 녹이고, 생선과 떡을 굽는 의미 이상의 숯불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을 떠나지 않겠다고 장담한 그가 예수님이 잡히시던 날 밤 대제사장 집의 숯불 가에서 예수님을 세 번 부인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실패한 제자들을 버리지 않으시고 그 실패한 자리에 찾아 오셔서 회복시켜 주십니다.
- 사랑의 불꽃을 다시 피워 주시는 주님
마치 성만찬을 연상케 하듯 먼저 먹이신 후 세 번씩 물으셨던 질문은 예수님께 대한 사랑이었습니다. 이제 예수님은 그의 양을 돌보는 사명을 제자들에게 맡기고 승천하셔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사랑 없이는 이 사명을 감당하기 어렵기에 사랑에 대한 질문을 하셨습니다. 베드로는 그의 마음으로는 주님께서 그에게 해 주신 것처럼 무조건 주님을 사랑하기 원했지만 부인하고 실패했던 과거의 아픔이 부끄러웠을 것입니다. 주님은 육신의 연약함과 주님에 대한 사랑 이 두 가지로 고통 하는 베드로를 주님 사랑하는 제자로 다시 세워 주십니다(롬 7장). 작은 사랑이지만, 쑥스러운 사랑이지만 주님을 사랑하는 마음만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주님은 그 사랑을 받아 주시며 다시금 베드로 안에 있는 주님에 대한 사랑의 불꽃을 피워 주십니다.
[결론]
나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혹시 오늘 예배 자리가 갈릴리 바다인 분이 계십니까? 믿음의 그라운드 제로를 경험하고 있는 분이 계십니까? 이 예배의 자리로 찾아오신 주님께서 물으시는 질문 앞에 우리는 무엇이라고 대답할 것입니까?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세월이 흘러도, 아무리 나 자신이 주님 앞에 부끄러운 모습으로 섰을 지라도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내가 주님을 사랑합니다” 라는 대답입니다. 주님은 그 사랑으로 주님의 양을 먹이고 돌보라고 하십니다. 굶주리는 주님의 양, 방황하는 주님의 양, 죽어가는 주님의 양을 먹이고 돌보라고 하십니다. 두려움을 사랑으로 바꾸어 주십니다. 실패를 사명으로 변화시켜 주십니다.
이번 오 해피 데이가 바로 이런 날이 되기를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