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예일  장로교회 | Yale Korean Presbyterian Church of New York

선한 청지기 (11/12/2014)

저희 교회가 지금의 롱아일랜드 힉스빌로 이전을 해서 여름학교를 시작한지 올해로 10년이 됩니다. 여름학교는 보통 6-7주 정도로 7월부터 8월 중순까지 교회에서 운영하는 여름 특별 프로그램입니다. 저희 교회는 이 여름학교를 Disciple Land라고 부릅니다. 이 여름학교를 통해 많은 어린이들이 예수님을 영접하고 또 성경말씀을 잘 배워서 예수님의 제자가 되어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는 어린이들이 이곳을 통해 많이 배출되기를 원하는 목적으로 명칭을 Disciple Land라고 붙인 것입니다.

저는 여름학교 동안 수고하는 교사들을 위해 아침마다 Dunkin Donut 스토아에 들려 베이글과 도넛을 사서 교회로 갑니다. 아침 일찍 나오느라 아침식사를 대부분 거르고 나오는 교사들과 보조교사들을 위해 준비해 가는 것이지요. 매년 여름마다 여름학교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아침 교사 모임을 하면서 교사들이 아침을 먹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 여름 초에 정말 우스운 일이 있었습니다. 늘 해마다 가는 그 던킨 도넛 스토아에 가서 베이글 두 다즌과 도넛 한 다즌을 오더했습니다. Everything Bagle 1 dozen 과 Plain Bagle 1 dozen을 달라고 했는데 세일즈하는 아가씨가 Everything Bagle이 12개가 안 되는 것을 알고 메니저를 불렀습니다. 메니저에게 베이글이 모자란다고 하니까 그 메니저가 다가와서 저를 쳐다보더니 험상궂은 얼굴로 미리 주문도 안하고 와서 이렇게 달라고 하면 어떻게 하냐며 여기 남은 것 당신한테 다 주면 우린 팔 것이 없게 되고 사람들이 와서 Everything Bagle을 달라고 하면 줄 수 없게 된다고 도리어 화를 내는 것이었습니다. 한마디로 기가 막혔습니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제가 거기서 일하는 종업원들에게 이 사람이 메니저 맞냐고 물었습니다. 내가 해마다 여름에 베이글을 사러 오는데 이제까지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메니저가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고, 내가 다른 집에 가서 사기를 원하느냐고, 소매업이 물건을 팔기위해 장사를 하는 건데 당신이 베이글이 모자라면 더 만들면 되지 뭐가 그리 큰 문제냐며 저도 한마디 했지요. 옆에 있던 다른 종업원이 그 메니저에게 제가 매년 오는 손님이라고 말을 거들었습니다. 그러자 메니저가 저에게 그럼 오더를 하라고 그러면 자기들이 내가 살 분량을 미리 만들어 놓겠다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겨우 두 다즌 가지고 오더를 하라는 것도 우습고 내가 다 사가지고 가면 자기들이 팔 것이 없다고 말하는 메니저를 생각하니 정말 웃기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당신이 원하면 내가 오더를 하겠다 그런데 두 다즌 정도 당신이 핸들이 안되냐고 웃으면서 물었습니다. 하여간 베이글과 도넛을 사가지고 나오는데 제 뒤에서 기다리면서 그 장면을 다 본 사람들이 저를 보고 웃었습니다. 저도 같이 웃었지요. 하도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라서 아침부터 기분 나빠할 일도 아니고 기분 상할 이유도 아니었습니다. 다만 겨우 두 다즌을 사는데 미리 주문을 안했다고 손님에게 화를 내는 그 메니저를 그 주인이 봤다면 얼마나 기가 막혔을까요? 주인이 만약 그 자리에 있었다면 그 주인 의 속이 뒤집어졌을 것 같았습니다. 저런 걸 메니저라고 내가 사업을 맡겼나 싶지 않았을까 싶었지요. 그러면서 차를 타고 교회로 운전을 하고 가는 중에 이런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저런 엉터리같은 메니저가 바로 우리들의 모습일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주인이 사업을 잘 하라고 청지기로 맡겨주었는데 오히려 손님을 쫓아 버리는 미련한 메니저처럼 우리가 게으르고 미련하고 지혜가 없는 악한 청지기가 되어 하나님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드리기는 커녕 늘 속 썩이는 어리석은 청지기가 아닌가 하는 울림이 내 마음속에 들렸습니다. 주어진 근무 시간에 제대로 일하지 않고 시간도 맘대로 쓰고, 하나님을 위한 하나님의 시간도 내 맘대로, 내게 주신 물질 중에 하나님의 것도 내 것으로 알고 마음대로 쓰고 또 주인이 원하는 대로 일하는 것이 아니고 내가 편한 대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아무렇게나 일함으로 말미암아 주인에게 유익과 소득을 전혀 드리지 못하는 악한 청지기라면 하나님 앞에 섰을 때 얼마나 부끄럽고 후회스러울까 하는 깨우침이었습니다.

 

그 날 아침에 일어난 던킨 도넛집의 베이글 사건은 정말 어처구니없이 웃기는 해프닝이었지만 그로 인해 제가 얻은 영적 교훈은 컸습니다. 다시 한 번 우리가 이 세상에서 살 때 하나님께서 기뻐하시고 신뢰할 수 있는 선한 청지기로서 살아야 된다는 것을 되새기게 만든 가르침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