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예일  장로교회 | Yale Korean Presbyterian Church of New York

눈 폭풍의 단상 (7/4/2016)

창세기에 나오는 노아의 홍수 이야기는 우리 모두 다 익숙한 이야기 입니다. 하나님께서 사람들의 완악함을 보시고 물로 심판을 하시고자 계획하셨습니다. 그런데 그 당시 하나님을 신뢰했던 노아는 하나님으로부터 방주를 지으라는 음성을 듣고 말씀에 순종하여 1-2년도 아닌 오랫동안 어마어마한 방주를 지었습니다. 그리고 심판의 날에 하나님은 노아 가족과 모든 동물들을 암수 짝으로 방주에 들어가도록 명하셨습니다. 말씀에 따라 순종하여 방주로 들어간 노아와 가족들은 사십 주야로 무섭게 쏟아지는 홍수 가운데 무사히 생존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지난 번 미 동부지역에 쏟아졌던 눈 폭풍은 정말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두려움을 주기에 넉넉했습니다. 약 이틀정도 내린 눈으로 인해 온 거리가 눈으로 덮혔고 차량도 통제되고 모든 도로가 잠시 차단되었습니다. 단 이틀의 눈으로 이 정도였는데 노아 시대에는 어떠했을까 감히 상상을 해보며 자연 재해를 통해 하나님께서 우리 나약한 인간들에게 인간의 한계를 확실하게 느끼도록 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그동안 너무 따뜻하게 겨울을 보내며 지구 온난화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지요 . 저희 교회만 해도 성탄 때 에어컨을 켜고 예배를 드릴 정도였으니까요.

지난 1월18일부터 21일까지 저희 교회가 속한 해외한인장로회 교단과 한국에 있는 통합 측 교단과의 선교 협정 회의가 하와이에서 열렸습니다. 거리를 생각하여 양쪽 나라에서 오기가 편리한 미국과 한국의 중간 지역인 하와이에서 개최하기로 하고 관계자 14명이 모였습니다. 두 교단의 선교협약이 성사되고 금요일 오후에 비행기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려고 하는데 출발 한 시간 전에 갑자기 항공편이 취소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미 동부지역에 눈 폭풍이 온다는 예보가 있었기 때문이었지요. 아직 눈이 내리지는 않았지만 대비하는 차원에서 항공편을 취소한 것이었습니다. 떠나기 전날에도 혹시나 해서 전화 걸었는데 항공회사가 정규운항이라고 말했고 또 눈이 토요일 아침부터 온다는 일기 예보에 제 생각으로는 잘 도착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었습니다. 토요일 아침 일찍 도착하는 것이라 가능하리라 믿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갑자기 비행기가 취소되었습니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탑승자 전원에게 항공회사에서 하루 밤 호텔에서 잘 수 있도록 숙박을 제공해 주었지요. 항공회사에서 제공하는 셔틀을 타고 호텔에 도착하여 금요일 저녁을 잘 자고 다음 날 떠나는 비행기로 예약을 하려고 하니 항공편이 모두 취소되어 뉴욕으로 오는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예기치 않았던 자연 재해로 말미암아 우리 내외는 하와이에서 오도 가도 못하게 갇히게 되었던 것입니다. 얼마나 속이 탔는지 모릅니다. 주일 예배도 인도해야 하는데 돌아 갈 방법이 전혀 없었습니다. 계속해서 다음 날 그리고 또 그 다음 날 떠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알아보고 예약했지만 결국 갈아타고 간다하더라도 뉴욕으로 가는 항공편이 없어서 마침내 뜻하지 않은 5일을 더 지체하게 되었습니다. 교회 성도님들이 어차피 인력으로 안 되는 일이니 하나님께서 그동안 수고가 많으셔서 주시는 휴가라고 생각하시고 편히 쉬다 오시라고들 위로의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위로해 주시는 말씀은 참 고마왔지만 말이 쉽지 발이 묵인 채 닷새를 더 기다려야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었습니다. 매일 변하는 항공 소식에 귀 기울이며 하루 밤 잘 수 있는 호텔을 다시 예약해야 하고 복용하는 약도 떨어지고 처리해야 할 일들로 말미암아 내내 전화를 붙잡고 있어야 했지요. 유배 아닌 유배 생활처럼 갇히게 되어 몸만 여기에 있지 온 마음은 내가 있어야 할 자리에 온통 가 있어서 정신적으로 참 피곤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늘 뉴스에서 보아왔던 결항으로 인해 애를 태우는 사람들의 심정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진정한 휴가와 뜻하지 않은 휴가 아닌 휴가처럼 되어 버린 갇힘의 차이도 이번에 확실하게 차이점을 깨우칠 수 있었습니다. 휴가란 내가 긴장과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시간이지만 예기치 않았던 갇힘은 오히려 긴장과 스트레스를 한껏 받는 시간이라는 것입니다.
우리 내외가 5일을 더 머물렀지만 무엇을 하고 지냈는지 전혀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벌써 닷새가 지나가 버렸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경제적, 시간적 손실은 컸습니다. 만약 우리가 계획했던 휴가를 닷새 동안 가졌다면 정말 즐겁게 알차게 지낼 수 있었을 텐데 말이지요. 하지만 발이 묶인 채 엉거주춤한 상태에서 매일 다음 날 사정을 살피며 기다리는 것은 노심초사하며 헛된 시간을 보내고 낭비하는 것 같았습니다.

참으로 대 자연 앞에서 한갖 작은 피조물에 지나지 않는 사람의 계획과 생각은 정말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하나님이 한번 입김을 불어 버리시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게 되고 창조주 하나님의 섭리대로 되는 것임을 이번에 또 한 번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암만 계획을 잘 하고 철저하게 준비를 했다 하더라도 하나님 앞에서는 정말 아무 것도 아닌 것입니다. 모든 것이 하나님으로부터 시작되고 결국은 하나님의 섭리대로 돌아가게 되는 것임에 우리는 결코 하나님 없이는 살 수 없는 존재임을 절실히 실감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연약한 우리 인간들은 하나님을 더욱 의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나님 앞에서 겸손하며 말씀에 순종했던 노아처럼 우리들도 그와 같이 겸손하고 하나님을 신뢰하며 경외하여 악한 세대에서 보호받는 우리 모두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