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예일  장로교회 | Yale Korean Presbyterian Church of New York

길이 막힐 때 다른 길을 여시는 하나님

이번 선교는 우리에게 겸손을 배우게 하시는 선교였습니다. 우리 계획대로 안 되어도 하나님의 계획은 여전히 이루어진다는
것을 배우게 하셨습니다. 예상치 않은 일들이 일어날 때는 예상치 않은 은혜를 경험하게 하시는 기회라는 것을 배우게 하셨습니다.
가장 큰 난관은 의료사역을 할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진료, 안경, 치과사역이 모두 포함되었습니다. 선교사님은
이미 석 달 전부터 관계 부처와 협의하고 주지사의 싸인까지 다 받아 놓은 상태였습니다. 지난 세 번의 선교에서도 전혀 문제가
없었던 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우리와 함께 사역할 현지 보건소 의료팀 중 좀 세력이 있는 한 명이 필리핀 의료 면허가
없는 사람은 어떤 의료행위도 할 수 없다는 주장을 강력하게 펼친 것입니다. 그러니 다른 직원들도, 심지어 주지사까지도
그의 주장을 꺾을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그래서 의료사역은 그들만 하고 우리는 구원사역과 선물사역은 할 수 있어서
모여온 수많은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기도해 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선글라스와 슬리퍼 등 준비한 선물도 나누어
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교도소에서 세례식도 은혜가운데 베풀 수 있었습니다.
선교 첫 날은 그래도 좀 여유가 있었습니다. 완강하게 의료사역 전체를 반대하다가 치과사역은 스케일링만 허락했습니다.
그래서 늦게까지 교도소 재소자들과 직원들의 치아를 돌봐 줄 수 있었습니다. 안경사역도 리딩 글라스는 현지 검안의와 함께
필요한 도수에 따라 나눠 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다음 날부터는 의료사역 전체를 하지 못하도록 제재를 받았습니다. 우리뿐
아니라 박인호 선교사님 내외분과 현지 스텝들도 몹시 당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진 것입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는
화내지 않고 침착하게 성경의 사도행전의 원리를 따랐습니다.
첫째, 길이 막히면 열리는 쪽으로 힘을 쏟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의료사역을 못하게 될 때 우리 팀 전체가 함께 구원사역,
VBS사역, 선물사역에 힘을 더 모을 수가 있었습니다. 평소에는 의료사역에 집중하다 유스구룹이 하는 VBS를 보지도 못했던
분들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함께 격려함으로 유년부, 유스그룹, CCM, 장년들이 전부 성령 안에서 하나가 되는 은혜를 경험한
것입니다.
둘째, 시간적 여유가 생기므로 현지 찬양팀과 우리 CCM/YG가 함께 찬양하고 연주하는 은혜로운 교제의 시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현지 찬양팀들은 찬양 수준도 뛰어나고 열정도 뛰어났습니다. 그들은 박인호 선교사님이 장학사역을 통해 길러낸
리더들이었습니다. 장학사역을 통해 혜택을 받은 사람은 70명이 넘고 그 중에 교육대학을 졸업하고 교사 시험에 통과하여
교사 자격증을 받아 현지 교사로 일하는 사람은 40명이 넘습니다. 그 밖에 은행이나 관공서에 취직한 사람들도 다수입니다.
이들은 지금 디고스 예일교회와 아팔라야 예일교회의 헌신된 사역자들로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셋째, 이팔라야 지역에서는 교인들이 살고 있는 열악한 지역으로 들어가서 구원사역과 선물사역을 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팀은 ‘쓰레기 더미 위에서의 사역, 전쟁 직후의 한국의 모습’ 등의 표현을 했습니다. 그로 인해 옛날에 미국 선교사가
한국에 와서 했던 사역을 우리가 필리핀에 와서 하고 있다는 예상치 않은 은혜를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넷째, 우리가 사역을 마치는 날까지 세 번에 걸쳐서 보낸 선교물품 35박스가 하나도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사역의
마비가 올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가지고 간 물품과 현지에서 구입한 물품만으로도 선교는 훌륭하게 마칠 수 있었습니다.
예상치 않은 사역에 대한 제재, 도착하지 않은 선교물품, 쉽게 지치기 쉬운 무더운 날씨와 습도 가운데서도 하나님은 우리를
통해 하나님의 일을 계속 하시고 계셨습니다. 덕분에 조금씩 쉬면서 아픈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아침 QT와 저녁 저널을
충분히 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선교는 어떤 상황 속에서도 예배할 수 있고, 어떤 상황 속에서도 찬양할 수 있다는 큰 은혜를
체험한 선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