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예일  장로교회 | Yale Korean Presbyterian Church of New York

진짜 목사

저는 개인적으로 어디를 가든지 그 지역에서 일어나는 사람 사는 이야기 듣는 것을 좋아합니다. 요즘은 옛날과는 달리 통신 수단이 매우 발달해 지구 반대편 쪽의 이야기를 실시간으로 동시에 들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구 구석구석의 모습을 인터넷으로 모두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어서 여행을 떠나 낯선 곳의 모습을 보는 그 자체로는 별로 의미가 없습니다. 적어도 저에게는 그렇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여행을 가기 전에 방문할 곳을 미리 모두 알아보고 사전답사 하듯이 모든 정보를 다 가지고 가서 직접 내 눈으로 확인하는 정도가 되었기 때문에 여행이 새로운 것을 보고 발견하고 신기해하는 이전의 모습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선교지를 방문해서 그곳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을 듣는 것에 매우 관심이 많습니다. 왜냐하면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하나님께서 그 선교지나 그곳 현장에서 어떻게 역사하고 계시는지 하나님의 섭리 내지는 하나님의 인도의 손길과 숨결을 느끼게 되기에 매우 관심을 가지고 듣게 되지요. 지난 1월 중순에 방문한 서부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의 아비장한인교회를 갔을 때 정말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비장한인교회 담임 목사님이신 백성철 선교사님이 2000년에 IPTECI(입테시) 신학교를 세우고 그 학교를 통해 현지인 목회자들을 양성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2003년 8월에 신학교 제1회 졸업생 4명이 배출되었고 그 이후로 해마다 현지인 목회자들이 나오게 되어 2004년부터는 매년 배출된 현지인 목회자들에게 장로교 목사 안수식을 거행하고 저들을 목사로 세워서 교회를 개척하도록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주요 도시마다 25개 도시 교회가 세워졌고 각 도시교회를 중심으로 깊숙이 들어가 마을 교회를 세우게 되었는데 현재까지 모두 100개의 크고 작은 교회들이 입테시 신학교를 나온 현지인 목회자들에 의해 세워져서 이 교회들이 선교사역을 잘 감당해 오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놀라운 폭발적인 선교사역을 할 수 있도록 토대를 구축한 입테시 신학교에 대해 궁금해 하던 차에 드디어 신학교를 직접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입테시 신학교는 아비장에서 차로 30-40분 거리에 세워져 있었는데 캠퍼스가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비록 동네는 무슬림 지역에 있지만 넓은 땅에 담장을 치고 그 안에 교회 예배당 건물과 신학교 건물 그리고 기숙사 건물이 함께 들어서 있었습니다. 잔디와 작은 나무들도 잘 심겨져 있어서 너무 예쁘게 조성이 되어 있었지요. 무슬림 지역이라 지역 대부분이 이슬람교도들이 살고 있고 저들이 다니는 무슬림 학교도 있어서 신학교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모두가 무슬림 복장 밖에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학교 정문을 통해 담장 안으로 들어가니 정말 분위기가 좋은 캠퍼스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캠퍼스 안에 있는 예배당에 들어서니 어떤 나이 드신 현지인 목사가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이했습니다. 백선교사님이 이 현지인 목사님이 아비장 내전 중에 교회를 지켜내신 분이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정말 기가 막힌 사연이었습니다. 코트디부아르는 남쪽과 북쪽지역에 오래 동안 종교, 경제, 종족간의 갈등이 있었는데 대통령 선거로 인해 내전을 겪게 되었습니다. 대통령 선거에 떨어진 그바그보 전 대통령이 퇴진을 거부하면서 촉발된 내전은 이슬람교도인 국무총리 출신의 새 대통령으로 뽑힌 와타라측 북쪽 반군과 이전 정부군과의 내전이 촉발되면서 온 나라를 어지럽고 혼란스럽게 만들었습니다. 아비장에 내전이 일어났을 때 신학교 지역도 정부군과 반군들이 오가며 온 동네를 총성소리와 피바람을 불게 해 많은 사람들이 피난을 가고 다른 나라로 피신했습니다. 그곳에 있던 많은 종교 지도자들도 그 지역을 벗어나 피난을 갔습니다. 그런데 신학교 교회 예배당을 지키고 있던 현지인 목사가 그 내전 중에 자기 힌 셔츠를 찢어서 항복기를 만들어 지붕위에 올라가 흔들었습니다. 그 항복기를 보고 반군이 총을 들고 들어와서 학교 교회를 자기 반군의 거처소로 삼겠다고 위협했습니다. 건물을 내 놓으라고 했습니다. 살벌한 그 상황에 현지인 목사는 반군 리더에게 이곳은 하나님을 섬기는 예배 장소이니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하고 교회를 지키게 해달라고 오히려 애원했습니다. 뜻밖의 말에 놀란 반군은 그 현지인 목사에게 이 지역에 있는 목사나 종교 지도자들이 모두 떠났는데 너는 왜 다른 사람처럼 피난을 가지 않았느냐고 물었습니다. 현지인 목사는 코리안이 자기에게 이 교회를 지켜달라고 맡겼는데 나 살자고 피난 갈 수 없다고 하며 제발 이곳은 하나님이 거하시는 거룩한 장소이니 너희들이 지켜달라고 요청을 했습니다. 그의 충성된 마음에 감동이 되었는지 그 반군 리더는 현지인 목사에게 “너가 진짜 목사다.”라고 하며 더 이상 괴롭히지 않고 교회를 손대지 않아 내전 가운데 기적같이 아무 손상 없이 교회 건물이 보존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백선교사님은 현지인 목사가 목숨을 걸고 이렇게 교회를 지켜냈다고 자랑스럽게 말씀하셨습니다. 그 사연을 들으니 정말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교회를 전쟁 가운데 생명을 내걸고 지켜낸 그 현지인 목사가 너무나 자랑스럽고 존경이 갔습니다. 하나님은 이렇게 생명을 다 해 교회를 지켜내려는 충성된 마음을 가진 주의 종에게 ‘너가 진짜 목사’라고 반군의 입을 통해 인정해 주시고 안위를 지켜주시는 것을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을 수 있어서 너무나 감동적이었습니다.

“너가 진짜 목사다.” 얼마나 충격적이며 또 위로가 되며 동시에 무서운 말인지요!

그 말은 가짜가 너무나 많다는 것이고 언젠가 진짜를 가려내는 때가 있다는 말이며 또 진짜 가짜 여부에 따라 심판이 꼭 있다는 말이 숨겨져 있는 엄청난 말인 것입니다. 이런 신학교 교회에 얽힌 감동적인 이야기를 들으면서 입테시 신학교 건물과 교회를 다시금 새롭게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들은 정말 하나님이 인정하시는 진짜 크리스챤이 되어야 하고 진정한 그리스도인을 양성해 내는 신학교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입테시 신학교가 이 시대에 너무나 귀한 사역을 감당하고 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참으로 이 신학교에서 어지러운 시대를 살리며 생명을 살리는 진정한 목회자 양성소가 되어 진짜 목사들이 많이 배출되기를 기도하면서 감동적인 신학교 방문을 마쳤습니다.